처녀에게만 장학금을 주는 나라
장학금이란 말 그대로 성적은 우수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보조해 주는 돈을 뜻한다. 성적이 우수하기만 하다고 다 받을 수 있는 것도, 집안이 어렵다고 다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장학금을 기탁하는 기업이나 개인, 또는 사단법인, 장학재단 등이 원하는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맞는 지 여부를 심사하여 장학금 수여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평균 이상의 성적을 유지해야 하며, 학업을 계속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장학금을 주는 기준이 ‘성관계 여부’ 인 나라가 있다면 어떨까? 즉, 태어나서 한 번도 성관계를 갖지 않은 처녀 여학생들에게 ‘순결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 나라는 바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곳의 동부에 위치한 유투켈라라는 한 지방단체에서 ‘순결함을 축하하며 보상한다’는 의의를 가지고 여성 시장이 내놓은 아이디어 사업이다. 이 아이디어의 골자는 대학에 들어가는 여학생들 중 검사를 통해 처녀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학생들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하며, 학기가 끝날 때마다 검사를 거쳐 장학금을 받은 여학생이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되면, 즉 순결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 경우 장학금 혜택을 중단하는 것이다.
해당 아이디어 사업이 발표되자 즉각적으로 찬성과 반대 논란이 각계각층에서 강하게 일어났는데, 이 제도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혼전 성관계를 금지하는 전통적인 아프리카 문화를 현대에 되살리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찬성하고 있다. 보다 설득력 있는 이유로 찬성하는 목소리로는 아프리카 전역에 확산되어 있는 에이즈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인데, 에이즈 전염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아무런 안전장치 없는 무분별한 성관계이므로 이를 막으면 대륙 전체에 퍼져 있는 에이즈의 전염률에도 어느 정도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무엇보다 이들은 ‘순결 장학금’ 제도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순결의 가치를 육체적 성관계 여부에만 두고 있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대상이 여학생에게만 국한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순결장학금이 여성에게만 순결을 요구하며, 이는 남녀평등이라는 범세계적, 헌법적 가치를 완전히 거부하는 제도라는 주장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남학생은 성적만 우수해도 장학금을 받을 자격이 있으나 여학생은 성적이 우수해야할 뿐 아니라 육체적인 순결, 즉 혼전성관계도 갖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장학금 혜택을 계속 받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순결한지 그렇지 않은지, 처녀성 유지 여부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무조항 자체도 말할 수 없이 심각한 여권침해, 나아가 인권침해라는 주장이다.
‘순결 장학금’에 대한 반대 여론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안에서 뿐 아니라 국외의 여러 인권단체 및 여성단체에서도 강경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찬성 쪽으로 결론이 날 모양새다. 남아공의 정치, 경제, 문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줄루족 왕가에서는 순결 장학금에 대해 지지한다는 의견을 내보였기 때문이다. 줄루족 왕가에서는 결혼 전에 성적으로 순결을 유지하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으며 이것에 찬성한다고 밝히고, 순결 장학금 제도가 전체적인 혼전성관계를 줄이는 데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과연 대학에 입학할 나이의 특정한 학생들에게, 그것도 여학생들에게만 돈(장학금)으로 성관계를 막는다고 해서 전체적인 성에 대한 문화가 바뀔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