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교수의 은밀한 이중생활
우리는 이중인격, 이중생활, 이중스파이 등 두 얼굴, 두 가지 상반된 삶에 대한 막연한 환상 또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특히 교수나 종교인 등 뭇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또는 그러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방탕한, 그야말로 완전히 반대되는 이중생활을 하는 것이 밝혀졌을 때의 충격은 두 배가 된다. 꼭 성인영화나 성인소설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이중생활의 짜릿함은 많은 대중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가 두꺼운 뿔테안경으로 얼굴을 가리고 약간 모자란 성격의 신문기자로 지내다 위급한 상황이 되면 공중전화 부스 등에서 셔츠를 벗어젖히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설정이라든지, 평범한 여고생이 요술봉으로 마법을 부려 밤마다 악의 세력과 싸우는 정의의 요정이 되는 설정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단순히 성(性)적으로 문란한 이중생활을 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포르노배우와 명문 대학교수를 오가던 남자가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말이다. 성인영화나 소설의 설정이 아니라 영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는 주로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곳으로 영국 내에서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에 이어 세 번째로 손꼽히는 명문 대학이다. 이 곳에서 25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교수 니콜라스 고다드는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중요한 연구를 이끌며 다 세기도 어려운 수업을 진행했던 베테랑 화학 전공 교수였다. 25년의 탄탄한 경력 아래 근사한 저택과 고급 승용차를 소유한 그는 이른바 ‘쿨’한 성격과 유쾌한 수업 스타일, 어딘지 모를 괴짜 같은 모습으로 많은 학생들의 인기와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런데, 부업이라고는 필요 없을 것처럼 보이는 그가 학생들과 학교 측에 알리지 않은 채 10년이나 비밀스러운 부업을 해온 것이 밝혀졌다. 부업의 정체는 야학이나 대리운전 기사가 아닌, 놀랍게도 포르노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었다. ‘올드 닉(Old Nick)' 이라는 그럴듯한 가명까지 가지고 있는 그는 이미 12편의 포르노 영화에 출연한 유명 배우였다는 사실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알려져 교내는 물론 영국 전역에 충격을 주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사실이 밝혀지자 고다드 교수 본인이 보인 반응이다.
“맞습니다. 나는 이혼 후 겪었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포르노에 출연했습니다. 많은 돈을 벌었던 것은 아니고, 번 돈은 거의 여행 경비로 사용했죠. 그리고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습니다. 내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어요.”
교수가 담담하게 인정하자 맨체스터 학교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더욱 경악을 금치 못했고, 일부는 즉각 그의 해임을 요구했다. 그러자 교수는 한술 더 떠 자신의 해임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포르노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포르노에 출연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위선이며, 교내에서도 저녁과 주말에 사용되는 웹 트래픽의 75%는 포르노를 위해 사용된다’며 적반하장의 자세로 나온 것이다.
실제로 그가 포르노 영화에 출연하는 기간에도 그의 연구 실적이나 수업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명문대 교수로서의 생활과 포르노 배우로서의 생활을 10년이나 유지하면서도 그에게서 배운 학생들의 삶에 악영향이 없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교 측은 오랜 회의와 숙고 끝에 결국 고다드 교수를 해임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그의 연구와 가르침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그의 이중생활이 들키지 않았을 때의 문제이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중생활의 짜릿함이 큰 만큼 그 여파가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은 고려해야 옳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