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섹시해서 해고된 여자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이른바 ‘월급쟁이’들은 직장에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것 말고도 신경 써야 할 일이 참 많다. 특히 승진이나 해고 등 인사고과 평가에 대해 신경 쓰는 일이 그렇다. 직장에서 일만 잘 하면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친인척이나 지연, 학연과 관계없이 일한 성과와 경력만을 공정하게 평가받아 승진이 되는 회사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꿈의 직장’ 이라 부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꿈과 다르기에 직장에서 해고되는 데에는 누가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유부터 법정싸움이 오갈 만큼 팽팽하게 의견이 갈리는 이유, 너무나 황당해서 여론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까지 다양하다. 사람들은 단순히 일을 너무 못해서 직장에서 해고되는 것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너무 예쁘고 섹시한 외모’ 도 해고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보통 예쁘고 잘생긴 외모는 채용이나 승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히려 이것이 해고의 원인이 되었다면 어떨까?
이는 몇 년 전 미국 뉴욕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던 여성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그녀는 세계적인 종합금융그룹인 씨티은행의 뉴욕 맨해튼 지점의 기업담당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부당해고를 이유로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그녀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바로 자신의 외모. 실제로 언론에 공개된 그녀의 외모는 당시 나이 30대 후반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으며 또한 매우 육감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회사 내 인사담당자가 나의 몸매와 바디라인을 드러내는 달라붙는 복장 등이 주변 동료 직원들을 매우 불편하게 한다고 지적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고당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하며 정작 은행에 찾아오는 고객들은 그녀의 복장이나 외모에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적이 없으며, 원하는 옷을 입는 것은 자신의 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섹시한 외모 때문에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그녀의 소송은 호사가들로 가득한 미국에서 단번에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그녀는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초유의 소송을 진행했다. 물론 그녀가 유명세를 타게 된 데에는 실제로도 무척이나 아름답고 섹시한 그녀의 외모 덕도 컸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명세를 얻은 것에 비해서 재판 결과는 원고인 직원과 피고인 은행 지점 누구에게도 별다른 이득 없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종결되고 말았다. 부당해고 재판 자체에서는 얻은 것이 없으나 해고된 여성은 오히려 자신을 둘러싼 논란 덕에 잡지 표지모델이 되거나 수많은 인터뷰, 토크쇼 출연 제의 등 인기를 얻었으며 또 다른 금융계 기업으로 스카우트되는 등 오히려 해고를 당한 것이 더 잘됐다고 말할 수도 있을 정도로 잘 풀렸다.
물론 그녀를 응원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그녀가 이러한 유명세를 타기 위해 오히려 해고된 상황을 역이용했으며, 몇 년 후 다른 일로 메디컬 기업에 손해배상 소송을 낸 일을 두고 그녀가 그저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 끌기를 병적으로 좋아하며 사람들의 관심에 목말라 있는 비정상적인 인격의 소유자라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또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목소리에 그녀의 외형적인 아름다움에 열등감을 느끼는 세력의 비난을 위한 비난이라고 맞서기도 한다.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못했거나 회사의 기밀을 빼돌린 것이 아닌 단지 외모 때문에 해고당했다면 예쁘든 못생겼든 마찬가지로 부당한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