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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온달을 착한 남자로 착각하는 여자들.
최초작성날짜 : 2014-07-07 09:51:08, 글자크기   

바보온달을 착한 남자로 착각하는 여자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여자가 원하는 이상적인 남자친구로 바로 연하의 만만한 남자가 순위권에 올라갔다고 한다. 허세 넘치고, 지나치게 가부장적인 남자를 만나 데이트 할 때마다 끌려 다니느니 차라리 착하고 온순한 남자를 만나 자신의 입맛대로 주물러 가며 만나는 게 더 속 편하다는 것이다.

물론 착하고 온순한 남자가 연애 상대로는 더 편할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온달을 착한 남자로 착각하고 만나는 경우가 있다. 평강공주가 열심히 키워 장군으로 만든 바보온달은 가난한 집에 태어나 배울 기회가 없어서 바보가 된 사람이었다. 그에겐 간섭을 하는 가족이 없었고, 머리가 백짓장처럼 새하얗던 매우 순수한 청년이었기 때문에 공주가 시집와 뭔가를 가르쳐 주는 순간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이 배움을 흡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평강공주를 만난 바보 온달은 더 이상 바보가 아니었고, 성격까지 착해 공주에게는 완벽한 남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의 바보 온달은 경우가 조금 다르다. 우선 바보 온달에게는 대부분 강력한 어머니가 존재 한다. 현대의 남자가 바보가 되기 위해선 치맛바람 휘날리는 어머니의 강경한 간섭이 따라야 한다. 현대의 온달은 평생 자신이 뭔가를 결정하고 살 필요가 없었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됐기 때문에 사는데 큰 지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런 온달과 연애를 시작한 현대의 평강공주는 자신의 만만하고 말 잘듣고, 착하기 까지한 남자친구가 사실 바보온달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마음 고생의 낭떨어지로 떨어진 거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강압적인 엄마에게 시달려온 현대의 온달은 고구려를 위기에서 구해낸 온달 장군처럼 평강 공주의 가르침을 흡수하지도 않을뿐더러, 그저 삶의 고단함과 피곤함으로 귀차니즘만 늘어나 있을 뿐이다.

옆에서 자극을 주지 않으면 평생 나무늘보처럼 늘어져서 살 것 같은 현대의 온달 왕자들은 연애를 시작하는 것마저도 기적 같은 일이다. 자기 스스로 뭔가를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집 밖을 나가 여자와 눈이 맞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런 고난과 어려움을 뚫고 연애를 시작한 남성들은 여자 친구를 자신의 또래가 된 엄마쯤으로 착각하는 일이 발생한다. 평생 순종적으로 엄마 말을 듣고 자란 그였기 때문에 여자 친구의 말도 고분고분 다 듣고, 그녀가 하고 싶다는 건 다 하고, 자신의 의견보단 여자 친구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아주 착한 남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착한 남자는 겉보기엔 매우 완벽한 남자친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면 관계가 한달이 지나고, 서너달이 지나면서 그가 사실 아무런 의욕도 없고, 취미나 생각도 없는 바보 같은 남자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 백짓장 같은 남자에게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에 여자는 절망하게 된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마음으로 순수하고 착하고 바보같은 현대의 온달을 키워볼 수는 있다. 그렇게 해서 멋진 남자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결혼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온달에게는 없었지만 현대의 온달에게는 있는 단 한 가지 때문에 남자를 키웠다는 즐거움이 절망으로 바뀔 수 있다. 바로 현대 온달을 치마폭으로 싸고 키웠던 어머니의 존재 때문이다.

말 잘듣고 순수하고 착한 남자와 사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이 순수한 남자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만 순수할 거라는 착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순수하고 착한 남자는 누구에게나 순수하고 착한 남자가 된다. 이 남자를 독하게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마음을 독하게 먹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하얀 순백의 남자를 거친 사회에 내던지기 위해선 한 명이라도 시꺼매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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