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독일에서 파격적인 내용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은 소설책이 한 권 있었다. ‘나에겐 두 남자가 필요해’라는 제목의 이 책은 한 여자가 결혼과 연애를 동시에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자극적인 제목에 혹하여 책을 사게 되었고, 처음엔 이 발칙한 여자의 괘씸한 행동에 화를 내가가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그녀의 사랑 방식에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하기 위해 연애를 한다. 그러니 그 연애에 조건이 끼어들게 되고, 순수한 감정보다는 배경과 직업, 외모 등이 끼어들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계산하고 재보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순수하게 연애를 할 수 있는 시기는 아직 철없고 겂 없는 어린 시절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연애의 진정한 즐거움은 결혼을 위한 초석이 아니라 서로 보기만 해도 좋아 죽을 만큼 감정이 충만할 때 생겨난다. 하지만 아무리 연애가 좋아도 결혼의 안정감을 포기하고 평생 연애만 하고 살 수도 없는 일이다. 이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 바로 이 소설의 내용이었다. 이 여성은 결혼으로 안정감을, 연애로 즐거움을 찾는 방법을 알아냈고, 꽤 성공적으로 아내와 연인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었다.

소설 속 두 집 살림을 하는 여인의 비법은 간단했다. 바로 솔직하게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보통 바람을 피운다면 상대방이 모르는 상태에서 몰래 바람을 피워야 하고, 그러다가 들키면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의 남편에게 애인을 만들고 싶다고 고백을 하고 허락을 받은 것이다.

나이든 남편에게서는 경제력과 안정을 찾았지만 육체적인 즐거움을 얻기 힘들었던 그녀는 남편과의 상의를 통해 새로운 애인을 만들기로 작정한다. 이 연애의 조건은 매우 간단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젊은 남자와 연애를 하되, 아이를 만들지 말 것이라고 제시했고, 아내는 남편에게 연애를 하면 서로를 질투하지 말 것이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 두 가지 조건만 맞춰 준다면 얼마든지 두 집 살림이 가능하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젊은 남자와 연애를 시작한 아내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늘 어딘가 지치고 우울해 보였던 그녀가 얼굴에서 활기가 돌고, 눈에 띄게 생기가 넘치는가 하면, 늘 부정적이었던 생각이 긍정으로 변했고, 심지어 남편과의 부부관계도 더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변해갔다. 남편 역시 이렇게 변하는 아내가 점점 더 좋아졌고, 가끔은 아내의 애인과 함께 만나 셋이 함께 여행을 가는 일도 생겨났다. 셋은 동시에 연애를 하는 것처럼 서로를 신뢰했고, 아내의 조건처럼 서로에 대해 질투하는 일도 최대한 피하고 있었다.

처음엔 그녀의 행실을 곱지 않게 보던 주변 사람들도 긍정적으로 변하는 세사람의 모습에 동요되기 시작했고, 서로 신뢰만 있다면 남편과 애인이 동시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소설이 발간된 이후 부부관계에 지루함을 느끼던 많은 부부들이 공식적으로 애인을 만들고 동시에 남편 혹은 아내와 애인을 두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는 누구를 만나든 신뢰가 가능했다면 현실에서는 과연 어땠을까?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인간의 수명연장과 함께 결혼이라는 제도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예고를 하기도 했다. 수명이 백년 이상이 될 경우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보며 사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과거보다 훨씬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관계가 되었든 서로 행복하고 건강한 관계가 유지된다면 결혼이라는 제도 역시 조금씩 진화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