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물건을 평생 간직하는 것은 얼핏 보면 매우 로맨틱한 행동처럼 보인다. 전쟁터에 나가는 남편의 머리칼을 잘라 로켓 목걸이에 보관하고 밤마다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하는 아내의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도 도를 지나치면 엽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모양이다.
몇 해 전 아이돌을 좋아하던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가수들의 머리카락을 뽑는 것이 유행이 된 적이 있었다. 방송국이나 콘서트장 앞에서 가수들이 지나갈 때를 기다리다가 그들이 나타나면 사정없이 머리채를 붙잡고 뜯어 버리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머리카락이 한 움큼 생기면 그걸 코팅해서 서로 나눠 갖거나 기념으로 갖는다고들 했다. 죄 없는 연예인들은 팬들에게 머리카락을 뜯기는 수모를 당해야 했지만 팬들은 그들의 신체 일부를 가졌다며 행복해 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신체 일부를 가지려는 욕구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머리카락만 조금 뜯어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좀 더 변태적으로 발전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16세기 무렵의 유럽은 죄인에 대한 인권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떠돌이 개보다도 못한 상황이었다. 죄를 짓고 감옥에 갇히는 순간 그들은 쓰레기 같은 밥을 먹고, 앉거나 누울 수도 없을 만큼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감방 안에서 생활을 해야 했다. 심지어 그들이 처형당한 이후에는 죄인 당사자나 가족의 동의 없이 시체를 훼손당하거나 실험용으로 팔려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엽기적인 일은 당시 유흥거리가 적었던 시민들이 흉악범의 범죄 도구를 수집하거나, 범죄가 일어난 곳을 찾아다니며 범죄의 재구성을 펼쳤다는 것이다. 심지어 범인이 처형당한 이후에는 범인의 신체 일부를 잘라 수집하는 경우도 있었다.
워낙 유흥거리가 적었던 그 시대에는 이런 범죄거리가 하나의 흥미로운 가십거리이자 즐길 거리였다. 문제는 그렇게 처형당한 흉악범들이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모두 흉악하고 못되게 생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중에는 여인들의 마음을 흔들 만큼 잘생긴 청년들도 있었고, 평생 자신의 손으로 험한 일 한 번 안했을 법한 미소년들도 있었다. 이런 청년들이 나타나면 처형을 구경하던 구경꾼들은 마치 아이돌을 만난 고등학생들처럼 소리를 질렀고, 처형 이후 그의 물건을 갖기 위해 발악을 했다.
실제로 프랑스의 한 지방에서 열린 골동품 경매에서 처형된 죄인의 치아를 보관하는 작은 보석함이 출품된적이 있었다. 이 치아 보관함에는 당시 수많은 여인들을 유혹하고 살해한 악명 높은 죄인의 치아가 바짝 마른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데, 치아와 함께 동봉되어 있던 쪽지에는 처형당한 그 남자를 향한 뜨거운 사랑의 편지가 담겨 있었고, 처형 당일 그의 모습과 처형당하던 모습을 생생하게 적혀져 있었다. 심지어 편지 끝에는 그의 손에 살해당하지 않아 슬픔을 감출 수 없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되어 있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치아를 빼서 간직 하는 것은 꽤 평범한 축이었고, 심지어는 그들의 피부를 가져가 보관했다는 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수집한 것으로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할 일이 없고, 유흥거리가 없다고 해도 죄 없는 사람을 살해한 범인을 단순히 외모만 보고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그의 신체 일부를 죽을 때까지 보관 했다는 것도 충격적인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취향을 모두 이해할 수 없듯이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취향을 존중해줘야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