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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프리보가트의 25살 어린 신부
최초작성날짜 : 2013-07-29 10:59:22, 글자크기   

1900년대 초 할리우드의 고전 영화를 말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이 하나 있다. 굳게 다문 입술, 깃을 세운 버버리코트, 손에는 늘 담배가 들려 있고, 어딘가 지쳐 있는 표정을 하고 있는, 외로운 영혼의 소유자 험프리 보가트다.

험프리 보가트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비로소 이름이 알려져서 58세의 젊은 나이에 암으로 타계할 때까지 수많은 영화에서 그만이 나타낼 수 있는 짙은 색을 띄며 미국 영화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이었다. 잉글리트 버그만과 모로코의 술집에서 은근한 눈빛을 나누며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Here's looking at you, Kid)’ 이라는 느끼한 대사를 너무나 잘 어울리게 했던 험프리는 영화 카사블랑카 이후 헐리웃의 영화인으로써 승승장구를 하게 된다.

하지만 험프리보가트의 사생활은 영화만큼 순탄하진 않았다. 당시 영화배우들이 의례 그랬던 것처럼 험프리 역시 대표적인 바람둥이 이미지를 버릴 수가 없었다. 그의 절친이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히로인인 클라크 케이블과 험프리는 헐리웃에서는 No.1 자리를 다툴 정도로 여성편력이 심했다고 한다.

당시 명망있는 바람둥이들이라면 의례 그랬듯이 보가트 역시 세 번 이상의 이혼과 네 번 이상의 결혼을 성사 시킨, 교과서적인 바람둥이의 길을 걷고 있었다. 특히 세번째 아내였던 메요 메소트는 남편 못지않은 활발한 성격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보가트와 전쟁을 벌였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언론에서 보가트 부부는 평생 전쟁을 하는 부부라고 보도를 한 적도 있었다. 이미 두 차례나 이혼을 하고 세 번째 결혼을 해서 만난 아내인데다가 남들 이목도 있고, 스스로 생각해도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고 느낀 보가트는 메소트와 어떻게 해서든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보가트의 노력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세 번째 아내와 6년의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남은 건 상처와 흉터뿐이었다. 그가 무려 25살이나 어린 로렌 바콜을 만난 것은 1944년 헤밍웨이 원작의 ‘소유와 무소유’ 영화를 촬영하면서부터였다. 로렌은 험프리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여인이었다. 학교와 교회를 다니던 올바른 집안의 아가씨로 헐리웃의 바람둥이는 그저 먼 세상의 이야기였던 순박한 여인이었다.

보가트가 바콜을 만날 당시 아직 결혼을 한 유부남의 신분이었고, 그는 이혼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리 싸움닭 같은 아내라도 부부의 인연을 놓아 버리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험프리의 마음이 어쨌든 둘의 영화는 계속 진행이 됐고 영화 속에 둘 사이가 깊어지는 만큼 현실의 사랑도 깊어져갔다.

결국 험프리와 바콜의 나이를 초월한 사랑은 대대적인 스캔들로 폭발했다. 아무리 헐리웃의 성생활이 개방적이라고 해도 유부남과 25살 차이나는 여자의 스캔들은 충격적이었다. 온갖 타블로이드지에서 둘의 사이를 비방했고, 심지어 영화의 감독은 바콜을 클락크 게이블에게 소개까지 시켜주며 둘의 사이를 떼어 놓으려고 노력했다. 둘 사이는 명백한 불륜 사이였으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험프리와 바콜의 사랑을 떼어 놓을 수 없었다.

결국 험프리는 아내와 6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고, 이혼한지 9일 만에 눈물의 네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실제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한다). 어느 누구도 둘 사이가 오랫동안 유지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험프리와 바콜은 이런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고 보가트가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고 한다. 둘 사이에는 두명의 아이까지 두었다. 아무리 좋게 포장을 하려 해도 보가트는 25살 어린 여자와 불륜으로 사랑을 이룬 좀 뻔뻔한 남자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진정한 로멘티스트였다고 주석을 붙여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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